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불리는 ‘백사마을’ 주거지 보전 사업이 12년 만에 철회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시가 달동네 지형과 골목길을 그대로 살려 단독주택 형태의 임대주택 단지를 지으려고 했지만, 3.3㎡당 1500만원에 달하는 건축비 부담에 결국 아파트 건설로 사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4월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사업시행자인 SH공사는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최고 층수 35층, 3043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통개발하는 정비계획변경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최고 20층 규모의 아파트(분양가구) 1953가구, 주거지 보전사업구역인 임대주택 단지 484가구를 짓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났지만, 변경안을 마련해 시의 통합심의를 거쳐 올해 안에 정비계획변경 결정 고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사마을은 국내 최초의 주거지보전사업으로 추진됐다. 분양 물량은 아파트로 짓되, 임대주택 사업지(전체 대지의 28%)는 옛 동네의 골목길과 자연지형, 주거ㆍ문화의 모습을 남긴 채 재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에서 “백사마을은 근대생활사 박물관이며 몽땅 밀어버리는 재개발 방식은 지양하자”며 제안했다. 서울시는 이듬해 임대주택 단지를 저층 주거지 보전구역으로 지정했다.
결국 지난해 사업 타당성 조사와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결과 재검토 결정이 났다. 전부 철거한 뒤 획일적으로 짓는 아파트 외의 재개발 방식, 더 나은 임대주택 건립을 고민하며 12년간 사업을 끌어왔지만 결국 값비싼 보전 비용의 벽을 넘지 못했다.